피니스테라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6월 17일~6월 18일)(41)
피니스테라
2013년 6월 17일 흐림 갬 흐림 비
늦게 일어나려 했는데 몸은 그동안의 습관대로 5시에 눈뜬다. 6시30분에 밖으로 나온다. 햇살이 구름사이
에서 빛난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가를 끼고 걷다가 마을로 들어서고 다시 등대쪽으로 가는 도로를 올라서니
서울부부가 있다. 반갑게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다른 사람들의 소식도 듣는다. 대전부부는 오늘 피니스테라에
서 묵시아로, 미국에서 오신 교포 어르신들은 산티아고에서 휴식을 취하고, 젊은 부부는 어제 묵시아로 향하고,
산티아고에서 운교씨도 만났단다. 등대로 가는 길은 햇살이 비춰주어 바다가 빛난다. 0km라고 씌어 있는 카미
노 표지석에서 이제 더 이상 걸을 수 없음을 실감한다. 등대 끝 바위의 십자가가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일상으
로 돌아가면 이 길위에서의 추억이 삶의 큰 위안이 되리라. 로마인들이 땅끝, 세상의 끝이라고 일컬었던 이곳에
서 순례자들은 긴 순례를 마감하며 신고 온 신발을 태운다.
여기저기 등산화를 검게 태운 흔적들, 타다만 운동화 등등 태운 흔적이 널려있고 철구조물에 누군가 주운 옷가
지들을 걸어놓았다. 가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벅찬 가슴을 진정하며, 이 길위에서 받은 축복을 사람들과 나누
며 살리라 다짐해본다.
일몰을 보기위해 하루 더 머물려 사설 알베르게에 배낭을 내린다. 로비에서 가족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낸다.
한국인 영미씨가 들어와 왕수다. 계속 비가 내린다. 바에서 오징어튀김 스칼럽 샐러드 그리고 포도주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러 우비를 입고 등대로 간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먹구름이 밀려와 하늘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서쪽 하늘이 잠깐 열리더니 햇빛 한줄기 내려온다. 바위위에 있는 등산화 모양의 조형물이 혼자서 외롭다. 바람
은 더욱 거세어져 우비가 뒤집어져 영미씨는 우비를 아예 벗어버린다. 두손을 벌리고 바람에 내 몸을 맞기니 훨
씬 자유롭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밤10시 인데도 어둠은 저편에 있다. 먹구름이 다시 몰려
와 숙소로 되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숙소에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텅비어 있다.
피니스테라(08:20)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11:20) (버스) 2013년 6월 18일 흐림 숙소에서 주는 아침식사로 빵 잼 버터 커피로 맛나게 먹고 주인장과 포옹하고 산티아고 버스 타는 공립알베르 게 앞으로 나오니 한국인들이 많다. 대부분 묵시아를 가려 세에서 갈아탄단다. 71인승 대형 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우측 바다를 끼고 가는 풍광이 아름답다. 11시 20분에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내일 갈 포루투칼 브라가 행 알사 버스를 예매한다. 대성당으로 걸어오니 11시 50분으로 12시 순례자 미사에 창여한다. 수녀님의 찬송에 피아프 오르간의 웅장함이 더한다. 오늘도 운좋게 커다란 향로불이 퍼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향 로에 피우는 재료가 한번 사용에 300€란다. 미사 끝나고 아케미를 만난다. 묵시아에서 오늘 와서 벌써 세미나 리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왔단다. 아케미는 내일 우체국에 가서 카미노에서 사용했던 침낭 스틱 안내서 등등 몇 가지를 일본으로 부치고, 모레 코임브라로 간단다. 감짝 시장에서 장을 보고 세미나리오에서 배낭을 내린다. 지하에 있는 부엌에서 아케미가 준비한 스프와 빵 과일로 저녁을 맛나게 행복하게 먹는다.
<피니스테라의 아침>
<다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거리의 퍼포먼스>
<아케미의 저녁 스프>